옷에 '브랜드 로고' 없앴더니…불황에도 줄줄이 '1조' 터졌다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4-03-24 10:39   수정 2024-03-24 10:50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불황기 패션 피플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씀씀이를 줄이는 가운데서도 SPA 브랜드들이 조 단위에 육박하는 연매출을 올리면서 '불황형 소비'의 반사수혜를 누렸다.
불황 속 매출 '쑥'…유니클로·탑텐 연매출 1조 가시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노(No)재팬' 불매운동 영향권에서 벗어난 유니클로의 실적 반등이 돋보인다. 유니클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2022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이 2021회계연도보다 30.9% 증가한 9219억원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2023회계연도 매출 1조원 회복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2022회계연도 이익 개선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23.1%, 42.8% 증가한 1413억원, 127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SPA 브랜드 역시 지난해 매출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기업 신성통상의 탑텐은 지난해 매출이 15.4% 늘어난 9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국내 단일 패션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 고지를 넘는 게 목표다. 지난해 말 690개였던 매장을 올해 730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스파오 역시 지난해 매출이 20% 뛴 4800억원을 거뒀다. 울해 목표 매출로는 6000억원을 제시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에잇세컨즈 역시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에잇세컨즈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패션 부문 전체 매출증가율(2.5%)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에잇세컨즈 매출을 3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으로 (패션부문) 외형 성장은 제한적이었지만, 에잇세컨즈의 수익성 개선과 해외 브랜드 확대와 온라인 비중 증가 등으로 이익률이 개선됐다"고 진단했다.
가성비 찾는 소비자 향했다…"로고리스 트렌드 수혜"

소비자들이 SPA 브랜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성비가 돋보이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불황과 양극화 심화 속 유통가 전반에서 가성비 선호도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SPA 브랜드는 이같은 트렌드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한 번에 SPA 브랜드에서 9만원가량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 5개 SPA 브랜드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PA 연평균 구입 횟수는 8.8회, 1회 평균 구입 금액은 8만7842원으로 집계됐다.

SPA 브랜드 구입 이유로는 '좋은 가성비'(54.4%)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50대 이상 연령대 소비자에게서 가성비를 이유로 구매한다는 응답 비율은 63.2%를 기록해 10대 소비자 응답비율(35.4%)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40대(61.0%), 30대(53.1%), 20대(51.4%) 소비자 역시 가성비를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다만 연령대가 낮은 소비자는 디자인과 사이즈 등을 꼽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0대의 경우 디자인, 사이즈 등 다른 이유로 구매한다는 답변이 64.6%로 가장 많았다.

패션업계에서는 지난해 Y2K(190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밀레니얼 패션) 패션 트렌드가 이어진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등을 거치며 각양각색의 스타일이 동시에 부상해 SPA 브랜드로 소비자의 발걸음이 향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구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숏폼 플랫폼) 틱톡이 실시간 트렌드의 발원지로 거듭나며 ‘틱톡 쿠튀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고프코어(일상복과 자연스럽게 매치하는 아웃도어 패션), 발레코어(발레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패션) 등 스타일이 틱톡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미니멀리즘 유행과 함께 대를 이어 부를 물려받는 상류층과 같이 상표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른바 부티 나는 옷차림을 연출하는 '올드머니 룩' 유행이 SPA 브랜드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드머니 트렌드로 (로고가 잘 눈에 띄지 않는) '로고리스' 선호도가 증가했다"며 "국내 대표 로고플레이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F&F 등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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